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경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거주를 목적으로 경매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경매가 투자자들만의 영역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속 전략으로 경매를 택하는 일반 소비자도 많아졌다. 필자 역시 2023년에 경매를 통해 수도권 외곽에 있는 아파트를 낙찰받아 2년째 직접 거주 중이다. 이 글에서는 내가 겪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경매 과정, 낙찰 후 절차, 그리고 거주하면서 느낀 장단점까지 솔직하게 풀어보고자 한다. 경매로 내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 경매 참여 전 고민과 결정까지의 과정
경매라는 단어는 처음엔 나에게 낯설고 위험한 선택지처럼 느껴졌다. 주변에서 흔히 듣던 “권리분석 잘못하면 돈 날린다”, “명도 안 되면 골치 아프다” 같은 말들이 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현실은 더 냉정했다. 30대 중반, 결혼을 앞두고 본격적인 내 집 마련을 고민하던 시점에 서울의 집값은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고, 전세 역시 대출 없이는 버거운 금액이었다. ‘무리하게 신축을 사느니, 조금 낡더라도 내가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내 집을 갖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처음엔 중고 부동산 매물을 알아보다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경매 콘텐츠를 접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경매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초보자용 경매 책과 유튜브 채널, 블로그를 섭렵하며 '권리분석', '배당순위', '점유자 확인', '명도 과정' 같은 기본 개념을 익혔다.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부분은 ‘권리분석’이었다. 실제 경매 사이트(대법원경매정보, 굿옥션 등)를 보며 수십 개의 물건을 분석해보는 연습을 했고, ‘이 물건은 안전한가?’라는 기준을 스스로 세워갔다.
결국, 내가 선택한 물건은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24평형 아파트였다. 감정가는 3억 2천만 원이었고, 2번 유찰되어 최저가는 2억 2천만 원까지 내려간 상태였다. 실거주 목적이기 때문에 집의 구조, 교통, 학군, 인프라도 꼼꼼히 따졌다. 현장 실사도 직접 다녀왔고, 관리사무소와도 통화해 건물 상태와 입주민 분위기도 확인했다. 이 과정이 마치 숨은 진주를 발굴하는 기분이었다.
입찰 당일,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당시 5명이 입찰했고, 나는 감정가 대비 75% 수준으로 가격을 써냈다. 결과는 낙찰. 내가 써낸 가격이 가장 높았다. 낙찰가가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주변 실거래가보다는 여전히 5,000만 원 정도 저렴했다. 그리고 그 차액이 내가 경매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2. 낙찰 후 절차와 명도, 그리고 이사 준비
낙찰 이후 가장 먼저 맞닥뜨린 현실은 ‘잔금 준비’였다. 보증금은 이미 입찰 당시 제출했으니, 나머지 금액을 한 달 이내에 납부해야 한다. 나는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병행했고, 사전에 은행에 문의해 대출 실행일정도 조율해두었다. 낙찰자임을 증명하는 ‘매각허가결정문’을 받아서 제출하고, 대출 승인이 떨어지는 데 약 2주가 소요됐다.
다음 단계는 소유권 이전과 전입신고다. 낙찰자는 대금납부 이후 바로 등기를 할 수 있다. 법무사를 통해 등기이전을 진행했고, 동시에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도 받아두었다. 당시 해당 아파트는 공실 상태였기 때문에 명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혹시 몰라 현관에 명도 통지문을 부착했고, 관리사무소와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유지했다. 실거주 목적이지만, 혹시 남아 있는 짐이나 미처리된 하자가 있을 수 있어서다.
입주 준비도 쉽지 않았다. 오래된 아파트였기 때문에 기본적인 인테리어가 필요했다. 벽지, 바닥, 욕실, 주방 싱크대 교체 등 기본적인 리모델링에 약 1,500만 원 정도가 들었다. 시공업체는 동네에서 직접 발로 뛰며 3군데 견적을 받아 비교했다. 이 과정을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공간을 구성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이사 당일은 감회가 새로웠다. 집을 직접 ‘사서 들어가는’ 경험은 처음이었고, 내가 분석하고, 입찰하고, 낙찰받고, 수리한 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전세로 살 때와는 확실히 다른 책임감과 소유의식이 생겼다.
3. 실거주 2년차, 장단점과 느낀 점
현재 이 집에서 거주한 지 2년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경매로 집을 산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다. 물론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고, 중간중간 불안함과 걱정도 많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장점부터 말하자면 첫째는 금액이다. 경매를 통해 시장가보다 저렴하게 매입함으로써 그만큼 초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이는 곧바로 자산 증가로 이어졌다. 현재 부동산 시세는 당시 낙찰가보다 약 8,000만 원 정도 상승한 상태다. 이는 직접 사서 살아본 사람만이 체감할 수 있는 만족감이다.
둘째는 내가 원하는 집을 직접 고르고, 고친다는 점이다. 기존 전세나 월세에선 집주인의 눈치를 보거나 제한이 많았지만, 이제는 벽 하나를 새로 세우든, 구조를 바꾸든 내 자유다. 이런 자율성이 생활의 질을 바꿔준다. 특히 맞벌이 부부로서 집에 대한 만족감이 큰 것이 생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물론 단점도 있다. 가장 큰 리스크는 ‘권리분석의 불확실성’이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실제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불안하다. 다행히 나는 공실 물건이었지만, 세입자가 있는 물건이라면 명도 과정이 어려울 수 있다. 또 하나는 초기 리모델링 비용과 예상치 못한 유지보수 비용이다. 실거주하면서 누수, 전기, 방수 등 문제는 꾸준히 생기기 마련이고, 이에 대한 예산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느낀 점은 ‘경매는 투자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싸게 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집에서 어떻게 살고, 어떤 가치를 만들 것인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경매라는 도구는 그 가능성을 열어줄 뿐, 모든 걸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면 누구나 자산을 축적하고, 삶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론
부동산 경매는 더 이상 투자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실거주를 위한 내 집 마련 방법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필자처럼 철저한 준비와 검토를 거쳐 접근한다면, 경매는 오히려 내 집 마련의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리스크는 분명 존재하지만, 이를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면 그만큼 큰 만족과 자산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제는 경매를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일’이 아니라, ‘나도 도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