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깡통전세, 보증금 미반환 등은 더 이상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니다. 2025년 현재, 수많은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소송과 분쟁의 늪에 빠져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일부 피해자들은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바로 '부동산 경매'를 통해 손실을 복구하거나, 자산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도전이다. 이 글은 전세금 피해를 입은 실제 세입자의 시선에서 부동산 경매를 처음 접하고, 배우고, 도전하고, 낙찰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기록한 실전 중심 콘텐츠다. 법률 대응부터 입찰 준비, 낙찰 후 경험까지 단계별로 공유하며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피해복구의 출발점: 전세금 미반환과 현실적 대처법
2023년 말, 필자는 전세사기를 당했다. 수도권 외곽의 12평 남짓한 빌라. 월세보다 싸게 들어간다는 말에 중개사의 권유로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1억 3천만 원. 보증보험도 들어놓지 않았다. 계약 만기일이 다가오자 집주인은 연락이 두절됐다. 등기부등본을 떼보니 이미 경매가 접수돼 있었고, 임대인은 세입자 수십 명의 보증금을 빼내 건설회사 대금과 사채 상환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법원에 ‘배당요구’를 해야 했다. 처음에는 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인터넷 카페와 유튜브, LH 상담센터까지 수소문하며 알아냈다. 배당요구는 경매 개시 이후 2개월 내에 해야 한다. 선순위 근저당이 많으면 전세보증금은 순서에서 밀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필자의 보증금은 순위상 보호받지 못했고,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자산은 없었지만 빚은 생겼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마냥 무너질 수 없었다. 다른 피해자들은 오히려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고 경매에 참여해 다시 일어섰다고 했다. 나도 결심했다. 법원, 부동산, 금융지식을 하나씩 배우며 직접 내 삶을 바꾸겠다고. 이 지점이 바로 피해 복구의 진짜 출발점이었다.
경매 입문기: 정보 수집부터 첫 입찰까지
부동산 경매를 처음 접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생전 처음 보는 용어가 너무 많았고, 절차도 복잡했다. 하지만 전세금 피해를 경험한 입장에서, 이 기회를 통해 자산을 복구해보고자 하는 의지가 컸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지지옥션’이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무료 체험을 통해 경매 물건을 검색했다. 그 다음은 ‘법원 경매정보’를 통해 실제 매각 일정과 물건 목록을 확인했다. 하지만 정보를 본다고 해서 이해되는 건 아니었다. ‘지분매각’, ‘유치권’, ‘선순위 임차인’, ‘전입신고일’ 같은 단어들은 너무나 생소했고, 작은 실수 하나가 수백만 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에 마음이 위축되기도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경매 강의였다. 온라인 강의부터 오프라인 스터디까지, 비용이 들더라도 실전에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공부에 집중했다. 첫 입찰은 서울 근교의 소형 오피스텔이었다. 시세보다 25% 정도 저렴했고, 소유자 퇴거도 완료된 상태였다. 1차 유찰 후 2차 매각기일에 참여했다. 입찰서 작성도 긴장 속에서 했고, 입찰보증금을 은행에서 떨리는 손으로 준비했다.
결과는 유찰. 입찰자 6명 중 필자의 금액은 세 번째였다. 낙심했지만 오히려 배운 것이 많았다. 실거래가를 더 정확히 파악해야 했고, 입찰가 전략도 단순히 “싼 가격”이 아닌 “심리적 접근”이 필요했다. 경매는 지식도 필요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게임이라는 걸 느꼈다. 그렇게 나의 첫 입찰은 실패였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입찰을 준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실전 후기: 낙찰 후 바뀐 삶과 투자로서의 가능성
3번째 도전 끝에 필자는 소형 다세대주택 한 채를 낙찰받았다. 서울 외곽이지만 역세권이었고, 매입가는 시세보다 약 30% 저렴했다. 당시의 감정가는 1억 2000만 원, 낙찰가는 8,600만 원이었다. 대출은 경락잔금 대출을 활용했고, 자부담은 전세금 반환으로 손해 본 돈 일부를 모아 마련했다. 감정가는 믿을 수 없었지만 현장 실사와 주변 중개사의 시세 확인을 통해 낙찰을 결심했다.
낙찰 이후에는 명도 문제가 없었다. 기존 세입자가 스스로 퇴거한 상태였고, 잔금 납부 후 한 달 만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 이후 리모델링을 간단히 진행했고, 3개월 후 월세 50만 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그렇게 매달 안정적인 수익이 생겼고, 경매를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할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피해자로 시작했던 내가, 부동산 소유자가 되었고, 매달 수익을 얻는 투자자가 되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었다. 절차도 많고, 스트레스도 컸지만, 경매는 분명 노력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선택하지 않은 불행이라면, 그 다음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경매는 그 선택 중 하나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결론
전세금을 떼이고 삶의 방향을 잃었다면, 부동산 경매는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처음은 어렵지만, 경험이 쌓이면 투자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보게 된다. 나처럼 피해를 입은 수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경매는 단순한 부동산 매입이 아닌, 삶을 재설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오늘부터 작은 공부를 시작해보자. 부정한 누군가로 인해 무너진 자산을, 스스로의 손으로 다시 세울 수 있다.